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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2012, 공존-기술-사람 그리고 큰 희망] 기술은 무엇을 원하는가 - 케빈 켈리Lectures 2022. 11. 16. 15:37
통제불능이라는 저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그러나 유튜브 와이어드 채널을 통해서 사실은 이미 알고 있던 케빈 캘리의 존재는 내가 잘 알지 못하지만, 알기는 아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기술사회의 소외 현상을 우려하던 학자인 자끄엘륄의 이야기로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때에 이름을 들어 보았던 사람이었는데, 책은 여전히 읽어 보지 못했다.
한편, 케빈 캘리는 1972년에 처음 한국에 와 보았다고 한다. 대만과 마찬가지로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부국이 되는 진보를 제 눈으로 직접 보았으며,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이전에 한국을 방문하고 알았다는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는데 불가능한 것은 없다라는 문장이 이미 모순을 담고 있는 문장이어서 캘리의 강의가 기술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그는 마치 니클라스 루만 처럼, 그저 일종의 기술현상을 분석해 나가고 그것을 하나의 체계로 개념화 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는 긍정적으로 기술을 바라보기를 시도했다.
기술에 대한 정의의 부재
캘리에 따르면, 초기 생물학자들이 한 것은 생물을 수집하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종류의 나비, 고사리나, 고사리를 모아 그들의 호기심의 방에 넣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생물학자에 속하는 일반인(?)은 이들의 기원이나 상하관계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2011년으로 부터 150년 전에 다윈과 알프레스 월레스가 진화 이론을 생각해 냈고 서구사회는 순식간에 생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기원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캘리에 따르면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지금 인류의 기술에 대한 지식이 다윈 이전 시대에 머물러 있다. 기술에 대한 어떤 이론 없이 기술은 연이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GPS로 시작해서 레이저 디스크에 유전공학이 나오고 다음에는 나노 튜브였다. 즉, 어떤 설명도 없이 그저 발명이 이어질 뿐이다.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도 모른다. 더 심각한 것은 인류는 제대로 된 기술이라는 말에 대한 정의조차 없다는 것이다.
테크니엄 : 기술 생테계
일반적으로 기술에 대한 정의는 최근에 나온 모든 것을 (최신)기술이라고 칭 한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기술은 오래 되었다. 콘크리트, 전깃불은 정말 오래 된 기술이다. 즉, 캘리는 기술은 최신 기기나 아직 나오지 않은 기기 혹은 개발 중인 기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령, 5만 년 전의 돌도끼는 시간만 충분하다면 하나쯤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마우스라는 현대의 기기는 누구도 백 년을 들인다 해도 못 만드는 것이다. 어떤 무리가 아무리 똑똑해도, 모두가 힘을 합친다고 해도 저 마우스 하나도 만들 수 없다. 왜냐하면 저 마우스 하나에는 수백 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수많은 기술이 필요다. 전자회로와 IC칩 광학 레이저 전선, 플라스틱껍질도 있어야 하고 그 각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또 수백 가지의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즉, 마우스는 그저 하나의 단독의 물건이 아니라 기술의 네트워크이자 생태계의 산물이다. 한 발짝 물러서서 컴퓨터를 보게 되면 수백 수천 개의 부품이 있고 거기에는 또 수천 수만의 기술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즉, 기술을 보면 서로 지탱하고 있는 기술들이 서로 종속되고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종의 반복되는 고리처럼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캘리는 우리가 만든 모든 기술이 지탱하는 거대한 기술 생태계를 테크니엄이라고 지칭한다. 이는 기술, 테크놀로지의 복수형이다. 테크니엄은 부분의 합보다 더 크게 행동하며 그렇기에 어떤 의미로는 생명체 같다.
기술이 원하는 것?
가령, 신발은 살아 있는 게 아니고 전구도 살아 있는 게 아니지만 기술 시스템 자체는 다른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행동양식이 있다. 자연이나 인공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은 독자적인 양식이 있다. 테크니엄의 독자적인 행동양식은 일정한 경향이 있고 편향되어 있다. 바꾸어 말하면, 기술은 목표가 있다고 말수 있다. 이것이 의식적인 욕구는 아니지만 일정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그런 종류의 목표다.
스탠포드대학교 윌로우 가라지가 만든 로봇은 몸과 팔을 움직일 수 있고 건물 주위를 돌아다니며 충전할 콘센트를 찾은 다음 플러그를 꺼내어 꽂는다. 어느 날 캘리는 로봇과 벽 사이에 서게 되는 바람에 로봇이 충전하는 걸 방해하게 되었다. 그때 캘리는 그 로봇이 전기를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캘리는 의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로봇이 전기를 원하는 것을 보았다고 그 날을 기억한다. 캘리는 식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의식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햇빛을 원한다. 빛을 원하는 경향이 프로그램 되어 있는 것.
캘리에 따르면, 기술의 생테계인 테크니엄도 마찬가지로 타고난 편향성이 있다. 계속 반복하면 일정한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나쁜 소식은 어떤 의미로는 테크니엄에게는 어느 정도 독립의지가 있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그게 이로운 의지라는 것이다.
정보처리 = 생명이라는 도식
사실, 중립이 아닌 도덕적인 차원이 있다는 것인데, 캘리의 주장은 기술은 중립적인 것이 아니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캘리가 보기에 지난 백 년 동안 있었던 발견 중에 가장 중요하고 놀라운 것은 바로 왓슨과 크릭이 발견한 DNA이다. 이 발견 덕택에 우리는 생명의 핵심은 탄소가 아니고 물이 아니고 조직이 아니고 에너지도 아닌 정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즉, 생명이라는 것은 정보처리이며 40억 년 동안 이루어진 진화는 바로 정보가 진화하는 기나긴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캘리가 보기에 이것이 긴 시간에 걸친 진화다. 그런데, 기술도 정보를 처리한다. 우리는 지능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연구한다. 즉,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또한 정보처리다.
캘리가 보기에 우리는 새로운 정보로 기술의 원자를 재배열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진화 DNA와 비슷한 측면이 많다. 태어난 생명과 만들어진 기기 사이에는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즉, 정보처리라는 부분을 공유하는 것이다. 캘리는 생명을 정보처리로 보고 기술이 무엇을 원하는가 라는 의문에 답을 시도한다.
기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1 : 7번째 생물계와 진화
생명과 진화가 원하는 것이 뭔지 답할 수만 있다면 제법 정확한 답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캘리는 먼저 진화가 원하는 것을 답하기 어렵고 논란도 많다는 것을 알지만, 몇 가지 예를 들어 그 답을 찾아 간다.
캘리는 먼저, 40억 년 동안 진화가 계속해서 만들어낸 것은 '다양성'이라고 보는데, 단순하게 보아도 40억 년 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생물종들이 탄생했음을 그 이유로 든다. 진화는 계속해서 올라가야 하는 사다리 같은 궤적이 아니고, 방사형으로써 밖으로 확장한다. 모든 것은 점점 더 복잡해 집니다. 박테리아보다 진화한 게 아니고 살아있는 것은 모두 똑같이 진화하며 다만 모두가 더 복잡해진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문화를 향해 갑니다. 모든 것은 점점 더 전문화 되어 간다. 진화 가능성이 핵심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생명은 더 진화할 수 있도록 진화한다는 것이다. 더 빠르게 더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게 되는데, 캘리는 이런 현상이 기술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한다.
가령, 처음에 나온 돌망치는 어디서든 쓰는 일반 용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문화되어 금속 가공 망치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쓰는 카메라를 만들고 그 후 전문 카메라를 만들었다. 적외선 카메라, 수중 카메라, 고속 카메라, 그 뒤에는 고속 수중 카메라에 고속 수중 적외선 카메라까지 더욱 더 전문화된 기기를 계속 만들어 가고 있다.
캐빈은 이런 현상을 정렬해 보면 일종의 계보처럼 보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캐빈은 사실 여태까지 말한 내용을 보면 6가지 생물계 지도에 테크니엄을 7번째 생물계로 덧붙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스템으로서 움직이고 진화적인 행동양식으로 확장한다. 그게 7번째 생물계인 테크니엄이라는 것이다. 그럼 테크니엄과 기술은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그런데, 기술이 원하는 것도 향하는 방향도 진화가 40억 년간 이루어왔던 것과 같다.
기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2 : 새로운 문제들의 출현과 선택권의 발견 그런데, 새로운 발명이 나올 때마다 해결책만큼 많은 새 문제가 생긴다. 혹자는 그건 한때 넘쳐나는 것이고 결국에는 균형이 이루어져 중립적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가령, 한 번 망치를 발명하면 그 망치를 들어서는 집을 지을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없었던 선택권이 생기고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캘리가 보기에 이게 바로 기술이 주는 것이다.
기술은 새로운 문제를 가져온다.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오늘날 세계에 널리 새로운 문제는 대부분 과거의 기술이 가져온 것이고, 미래에 생길 문제들은 대부분 오늘날의 기술이 만든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더 많은 이득을 얻는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기술은 여태까지 없었던 새로운 선택권을 준다.
캘리에 따르면 이 새로운 선택은 균형을 긍정적인 쪽으로 아주 약간 기울인다. 어쩌면 1퍼센트에 불과한 그 1기울임이 진보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캘리는 만약 우리가 파괴한 것보다 1퍼센트만 더 창조해 낸다면, 그 1퍼센트가 쌓인 것이 바로 문명의 정의이며 그것이 진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그 정도로도 새로운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것이 기술의 힘이며 기술이 가져다 주는 혜택이라고 말한다.
캘리가 보기에 매일 같이 일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 때면 가끔은 이게 그저 소비지상주의나 자본주의를 살찌우는게 아닌지 사람들이 어차피 갖다 버릴 물건을 만드는 건 아닌지 그저 돈 때문에 이런 건지 궁금해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은 문제를 가져 온다. 기술이 만들어낸 새 것이 새 문제를 만든다. 그러나 캘리는 나쁜 아이디에 대응하는 방법은 생각을 멈춰버리는게 아니라 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술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가령, 백열등이 최상의 기술이 아니라고 해서 빛을 아예 없애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캘리는 기술에 대해서는 긍정성을 좀 더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캘리는 더 좋은 기술을 만들어 내야 함을 주장한다. 즉, 기술이 만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기술을 없애는 게 아니라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것이다. 캘리의 입장에 따르면, 발전된 기술은 새 문제를 일으킨다면 더 발전한 기술이 해결할 것이다.
캘리가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집중하는 것은 이 모든 과정에서 얻는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기술은 더 환경친화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7번째 생물계가 생명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면서 캘리는 완전히 반환경적인 기술은 있을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기술은 생명의 반대가 아니고 항상 더 친화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 인류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흥미롭게도 캘리는 기술은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으려는 아이들과 같다고 말한다. 나쁘고 쓸모 없는 아이란 없고, 다만 좋은 짝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DDT는 작물 재배시 살충제로 사용되어 평야나 들판에 수천 수만 톤씩 퍼부어졌고 환경 재앙을 불러일으켰지만, 동일한 분자를 제대로 다루어 열대거주지역에 살포하면 효과적으로 말라리아를 퇴치해 매년 수천만 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같은 기술에 다른 역할과 올바른 자리를 주자는 것이 캘리의 주장이다. 즉, 기술에게 올바른 역할을 찾아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는 것.
기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3 : 더 많은 기회와 다양성, 선택권, 가능성과 자유를 캘리가 보기에 기술이 주는 궁극적인 혜택은 우리 삶에 더 많은 기회와 다양성, 선택권, 가능성과 자유를 주는 것이다. 캘리는 이런 혜택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다른 얼굴, 유전자, 환경과 자신만의 재능을 타고 태어났는데, 기술은 그 재능을 쓸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이 혜택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차르트도 천재성을 뜨러내기 위해서 화금과 피아노가 필요 했다. 캘리는 모차르트가 피아노와 교향곡이 만들어지기 천 년 전에 태어났다고 상상해 본다면, 세계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한다. 또한, 반 고흐가 유화와 캔버스가 만들어지기 수천 년 전에 태어났다면 그것은 세계적으로 그리고 반 고흐 자신에게도 큰 손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영화 기술이 발달되기 이전에 태어났다면 현대의 히치콕이나 조지 루카스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그는 세계 어딘가에 있는 어린 아이들, 이 시대의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낼 기술이 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상상한다.
그렇기에 캘리는 우리는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 모든 아이들에게 그들의 재능을 표현할 기회를 주는 행위로써 새로운 기술과 함께 수도시설, 교육, 교통 등 기존의 기술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자기의 재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더 많은 기술을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생명과 테크니엄을 통해 흐르는 기술과 자체적인 정보 조직은 장대한 우주적 힘으로 규정하며, 우리 자신보다 더 크며, 빅뱅에서 시작하여 조직을 이루며 원자 하나에서 천체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늘리고 전문화를 이루면서 전문화, 복잡성, 진화성이 증가해 왔다는 점을 주지시킨다.
결론 :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는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것 캘리가 보기에 테크니엄과 생명의 기원은 빅뱅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이 자체적인 조직들은 우주와 생물계를 거쳐 기술과 테크니엄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기술을 발명하고 만들며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는다. 단지 돈 때문만이 아니라 보다 큰 무엇 더 큰 가능성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빅뱅에서 시작해 우주로 퍼져 나가듯이 기술도 우리를 넘어 미래로 간다. 우리보다 큰 무엇에 참여하여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는 사다리가 아니라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는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것. 캘리에 따르면 이것이 바로 기술이 주는 혜택이고 기술이 원하는 것이다.'Lectu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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